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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샵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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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보니 3번째 듣는 레벨 1 워크숍이었습니다.
들을 때마다 EFT 기초, 영화관 기법, 마음과 몸의 상호관계 등 기본적인 내용은 같았지만
심신의학의 세계적 동향이라든지 홀로트로픽이나 쉐이킹, 장수학 같은 부수적(?)인 내용들은 매번 달라서
들을 수록 새롭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최인원 선생님 강연을 재밌게 해주셔서 또 듣고 싶기도 하고요^^

워크숍 중에
"대부분의 인간은 행복을 원하지 않고 아무일 없기를 바란다"
고 말씀해주셨는데,
제가 그 대부분에 포함된다는 걸 제대로 느끼고 나서는 절망적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면서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자신이 너무 쓰레기 같이 느껴졌어요.
위로하고 싶었던 건지 장자의 내용 중에 쓸모없는 나무 이야기가 떠오르긴 했는데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어요.

또 내가 불행을 비교한다는 걸 알았을 때 끔찍한 기분이었구요.
저는 집에서 부모님이 부부싸움(폭력은 없고 험악한 말다툼)한 거 말고는
불행하다고 할 게 없는 거 같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구체적으로 생각났어요. 
부모님이 싸우고 나서 한동안 우울했다가 
시간이 지나서 괜찮아지면 다시 싸우셔서 또 우울해지지고 반복이었거든요.
좋아지면 다시 안 좋아지니까 애초에 웃지도 말고 기쁘지도 말자고 생각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기분이 좋으면 가라앉히려고 하고 웃는 건 멈추려고 애썼던 기억이 나네요.
할머니와 삼촌 고모들이 제가 장남이니까 니가 좀 말려보라고 했는데, 저는 싸움이 나면 얼어붙었어서
무력감과 죄책감을 많이 느꼈던 기억도 나요.
부모님이 싸우는 걸 못말린 다음 날엔, '난 죄인이니까 즐거우면 안돼' 라고 생각했었어요.
이때 나는 이런 못난 놈이니까 결혼하면 안 되겠다 이런 생각도 많이 하고.. 한참 어릴 때였는데ㅎㅎ 
결혼하면 안되니까 여자애들이랑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한 다음부터 또래 여자들과 대화하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다퉈서 힘들다고 하면 주위에서 
그정도 불화가 없는 집안은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그런 것 때문에 왜 그렇게 힘들어하냐? 다들 그정도 사연은 하나씩 있어. 
그정돈 우리집도 그래. 너만 힘든척하지마.


전에 심리상담을 받은 적도 있었는데, 어느 정도 진행하다보면 '이정도까지만'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가정폭력, 학대, 주위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등등을 겪고 
심하면 자해도 하는 지경에서
심리치유를 받고 좋아지는데 나는 그런 게 아니니까 나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닐까,
그렇다고 낫고 싶어서 그 지경까지는 가고 싶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원인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상담사랑 상성이 안 맞아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정한 기준이었네요.

최인원 선생님께 상담 받으려고 생각해본 적도 있는데요.
나는 별 일도 아닌데 괜히 가서 시간 뺏는 거 아닐까?
그러니까 혼자서 해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상담 신청을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겪은 일들이 남들과 비교해서 보잘것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내가 겪은 일이 보잘것없다는 생각도 주위에서 들었던 대로 생각했던 걸까요? 
이런 생각은 처음 했는데 정말 무섭네요.

옛날에 '나는 내가 들은 말로 이루어진다'라는 내용을 책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그런 건가요?

아무튼 재밌었던 건 상담 신청을 못하겠다고 생각했을 땐 최인원선생님께 상담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믿었는데,
이걸 알고 나서 다시 생각하니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더라고요ㅋㅋ

부정적인 신념이 많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은 점이 있는지 질문해봤어요.
이렇게 살아야 나빠질 걱정이 없겠다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열심히 살지도 말고 활기차게 살지도 않으면 좋았다가 나빠질 일이 없으니까,
뭐 바라지도 말고 힘내서 살지 말자는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남들에게 부정적인 소리를 듣는 것에 엄청 민감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얼마전에 제가 실수를 하나 했는데 친구가 저에게 진짜 답답하다고 했을 때, 
화나고 짜증나고 서운한 감정이 확 올라왔어요. 순간적이지만 절교하고 싶을 정도로요.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신나게 싸우던 때에 문제 일으키지 말자고 생각해서 정말 범생이처럼 살았거든요
힘든 일 있어도 표현 안 하고, 성적도 상위권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기대하는 대로 다 따르고요.
감정도 최대한 죽이고 살았어요.
근데 그렇게 사니까, 저에게 부정적인 말에 엄청 민감해진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문제를 안 일으키려고 노력하는데 그딴 말을 해?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네요. 그럴 때 화나고 짜증나도 참고... 그리고 짜증나게 하는 사람이랑은 점점 연락을 줄이고요.
대판 싸우고 끝내는 게 아니라 나 혼자서 서서히 끝내는 거죠.
저는 이런 방식이 서로에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까 저에게 좋은 거였네요.

그리고 부정적인 말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제가 남에게 안좋은 말 하는 것도 억눌렀구요.
처음에는 어렸을 때 만화 동몽선습, 향약, 소학, 이런 걸 많이 봐서 그런가 싶었어요.
도덕적으로 착하게 사는 게 당연한 거라 나쁜 말을 안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제가 욕하거나 나쁜 말을 하면 그게 다시 돌아올까봐 못했던 것 같아요.

감정을 죽이고 표현 안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좋은 방법은 아니었어요.
나쁜 말 안 하고 억눌렀기 때문에 좋은 평판을 얻은 점도 있었겠죠.
그런데 내 감정을 내가 무시하고 혼자서도 표현을 안 했던 게 최악이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이 드니까 시간을 되돌리고 싶네요. 또 지금 나아지려고 하기엔 늦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스스로가 나를 구원하는 자라고 하셔서 그걸로 확언도 했었는데, 
말하면서 구원은 개뿔! 다 집어치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날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마음 한구석에 있는 걸 봤는데,
만약에 누가 저에게 도움을 준다고 하면 아마 도망갔을 것 같아요. 
핑계는 이것저것 대겠지만 좋아지면 어떡할까 하는 마음이 들 것 같네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보잘것없어서 자격도 없고 스스로를 치유할 수도 없다는 생각이 있는데,
바뀌는 게 두려운 것 같기도 하네요.
바뀌려면 책임을 지고 선택하고 어떤 건 포기하고 그래야하는데, 뭘 선택하고 뭘 포기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이대로 살자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쓰면서 제가 EFT하거나 뭔가를 바랄 때를 떠올려보니까
항상 최고를 바라지 말고 중간보다 조금 나은 정도를 바랬었네요.
그런 한 발만 걸치는 태도로는 낫는 것도 어중간하고 인생도 어중이떠중이가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1등을 목표로 하면 3등까지 할 수 있는데 그정도 노력을 할 바에는 처음부터 5등을 노리고 적당히 하자..

글로 쓴 걸 보니까 스스로가 정말 한심한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내가 왜 이렇게 살았는지 보이는 것 같아서 담담하기도 해요.
웃을수록 우스워지고 심각할수록 심각해진다고 하셨는데,
쓰고 나서 보니까 내가 웃으면 안되고 기쁘면 안 되고 좋아지면 안되는 것 투성이네요.
스스로 나아지려고 108배 수행도 해보고 상담도 받아보고 했는데, 그것들은 왜 했던 걸까요?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것 같아요.

솔직하게 쓰니까 도움이 되네요.

어쨌든 직면하고 울고 화내고 나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혼돈 2019.03.31 15:40

    감정일기 쓰듯이 꼼꼼하고 솔직하게 쓰셨네요.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직면하고 용기를 내셔서 완전한 치유에 이르기를 기원합니다. 톡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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