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T가 문제해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면 에니어그램은 자신을 통찰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살펴보면 성격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 경우 삶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었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경향이 있으며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도 큽니다.
EFT를 처음 사용하던 시기부터 에니어그램의 통찰을 많이 활용해왔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유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면 관련된 자아상, 부정적 감정, 삶의 패턴, 스트레스 상황,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 그리고 깊은 두려움과 욕망 등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 더욱 깊은 통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각각의 사건을 해결하지 않아도 삶과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는 경험을 종종 하곤 하였습니다.
4유형의 내담자와의 세션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약간의 수정을 했으며, 내담자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상담 시 대화 내용은 녹취 후 그대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에서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간략하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1] 준비
1. 메일로 먼저 문제를 받음
해결하고 싶은 문제와 성장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 가정 경제가 어려워서 아버지는 미국으로 돈을 벌로 가심(초등 3년 때 한국에 들어오심)
- 아버지, 어머니의 폭력과 폭언, 언니의 폭력이 심했음
- 부모님의 이혼
- 초등 시절 집에 거의 혼자 있었음
- 불화 가정에 사는 자신들에 대한 친척들의 무시와 비아냥
- 어린 시절 삼촌에게 공부를 배우며 폭력을 당함(초등 1학년의 아이의 머리를 잡아 방바닥에 내려치는 것을 반복)
2. 내담자의 상황
EFT 레벨 2와 에니어그램을 공부하였고, 극심한 우울증 등으로 괴로워했으나 EFT를 배운 후 많이 밝아졌습니다. 문제는 상처가 되는 기억들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감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내적평화과정을 하는 것이 어려워서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2] 세션 실시
- 시간 19:10~21:30. 140분
1. 바라는 것
상 : 자신의 몸과 마음, 삶이 어떠하기를 바라나요?
내 :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이 평범하고 평온했으면 좋겠어요.
우선 원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만 아직은 추상적입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다음 질문을 했습니다.
2. 힘들게 하는 것
상 :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 : 집착해요. 의심하고 불안해 해요. 버림받을 것 같아서 두려워요.
가족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고, 업무에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친구와 연인 관계에서는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너무나 컸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버림받았던 경험들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상 : 친구나 연인에게 버림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 질려서요.
상 : 왜 질렸을까요?
내 : 그 사람만 바라보고 집착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상 : 왜 그 사람만 바라보고 집착하나요?
내 : 살면서 가족에게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의 충족감 때문인 것 같아요.
3. 사건의 확인
1) 가정 경제가 어려워서 어머니는 일을 해야 했고, 어린 시절 소풍에 어머니께서는 잠깐 왔다가 가시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회피했으며 뒤늦게 울곤 했다고 합니다. 만남의 기쁨보다는 헤어짐의 두려움이 너무 컸고, 타인 앞에서 우는 것은 못나 보이기 때문에 수치스럽게 여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감정을 억압하면서 살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에도 몇 번 영화관 기법을 사용했었습니다만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매번 실패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관 기법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억압하고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억압해왔기 때문에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2)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께서 형편도 어려운데 둘째 아이가 생긴 것을 한탄하며 엄마와 싸우다가 때렸다고 합니다. 태아인 자신의 감정은 불쾌하다고 하였습니다만 여전히 억압되어 있었습니다. 역시나 억압되어 있어서 그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3) 5학년 소풍, 운동회 때 김밥을 사서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도시락통에 넣어서 학교에 갔고, 운동회 때 혼자서 땅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문제를 확인하면서 어느 정도 문제에 깊이 도달해 있었고, EFT도 계속 했기 때문에 이 사건부터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4. 확언으로 풀기
내담자는 에니어그램 4유형으로 자신이 결함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갖고 있고 깊고 어두운 특별한 감정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라는 느낌' 정체성이 매우 중요한데, 정체성의 기반이 다른 유형들 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변하는 감정이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은 독특한 존재라는 우월감이 있으면서, 독특하기 때문에 회피해 온 평범한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 보다 더 독특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기, 질투, 갈망과 같은 감정 그리고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자신에 대한 수치심, 수치심을 감추기 위한 허영과 같은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독특함, 아름다움, 선함, 깊은 이해를 추구하다 보니 그런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소울 메이트를 만나기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결함으로 인해 추구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어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내담자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사람을 만나기를 갈구했었고 만났었다고 합니다.
남자 친구와의 연애에서도 자신은 구원자(어린 시절 잃어버린 아버지)를 구했고 남자 친구는 엄마와 같은 여자를 원했습니다.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는 심한 2유형으로 아들을 극진히 돌보고 헌신해왔는데, 아들은 어머니와 같은 여자를 만나고자 했으나 아버지 같은 남자를 원하는 여자를 만나다 보니 갈등이 심하고 심지어 폭언과 폭력까지 휘두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상대에게 집착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마저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야.'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확인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확언을 하면서 EFT를 계속 하였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나는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로 살아왔다.
- 나는 버려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능력을 키우고 독특해지려고 했다.
- 나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조차 환영받지 못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았다.
- 나는 버림받았다. 나는 버림받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괴롭다.
내담자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의 부족함, 결함으로 인해 자신은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고 벗어나기 위해 독특하게 살려고 했으나 부모님조차도 자신을 버렸다는 희생자의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불건강한 상태의 4유형에게는 희생자의 느낌이 매우 강한 작용을 합니다.
- 엄마는 김밥 한 줄도 싸주지 않았다.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다. 운동회 때 김밥 한 줄, 사진 찍어주시는 아버지. 평범한 가정을 원했을 뿐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고 운동회나 소풍은 나를 괴롭게 했었다.
- 9살의 어린 나는 이런 슬픔을 남들 앞에서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면서 살았다. 나는 그렇게 살아야했다.
넋두리 EFT에 에니어그램의 통찰을 활용하여 EFT를 하자 매우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중에 이것이 너무나 신기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자 내담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내 : 이제 땅바닥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네요.
상 : 어떤 상황이죠?
내 : 운동회 때요.
상 : 마음은 어떤가요?
내 : 편안하게 느껴져요. 운동회를 즐길 수 잇을 것 같아요.
상 : 2학년 때 소풍갔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내 : 소풍을 즐기고 있네요.
상 : 좋습니다. 뱃속에 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내 : 아버지가 미안하다고 하며 엄마 배를 쓰다듬고 있어요.
문제를 느꼈던 모든 상황들을 확인해보았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거나 부정적인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5. 다시 쓰기
사건을 하나 하나 EFT로 해결하지 않았지만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과 욕구들을 알아차리고 풀었더니 그와 관련된 사건들 중 처음에 확인했던 것들을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해결되지 않은 또다른 사건들이 있겠지만, 우선 찾아낸 것들은 모두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세션을 마치면 과거의 이들은 해결되었어도 미래 언젠가 비슷한 일들을 다시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예 성격의 수준을 건강하고 균형적으로 높이기 위해 에니어그램과 EFT를 함께 적용하였습니다.
- 물은 흘러서 바다로 갑니다. 물이 흘러가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운 물이 또 흐릅니다. 우리의 감정도 흘러가야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는데 지금까지 과거의 감정을 붙잡고 살아왔습니다. 흐르지 않은 감정은 썩어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그걸 견딜 수 없어서 패버리지(페브리지)와 향수 같은 것으로 감추고 속이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내려놓습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과거의 상처들, 고여 썩었던 상처의 감정들이 흘러가도록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 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절했습니다. 뭔가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결함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강렬하게 구하려고 했습니다. 내가 나를 거절했기에 다른 사람마저 나를 거절할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집착했고, 버려질까 두려워하며 살았습니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문제가 있다면 있는대로 나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려 합니다.
- 나는 지금까지 펌프로 사랑을 퍼내며 살았습니다. 곧바로 고갈되곤 했었습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퐁퐁 솟아나오는 사랑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새벽에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옹달샘처럼 내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세상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일입니다. 물고기가 물을 구하려하지 않고 물 속에서 살아가듯이, 사랑을 구하려 하지 않고 깊은 사랑에서 살아갑니다.
-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감정들을 받아들입니다. 이 또한 나에게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내가 피하려 했기 때문에, 두려워했기 때문에 내 삶에 더욱 강렬한 영향을 미친 것이었습니다. 내게 일어나는 이 모든 것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부정적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과도하거나 고착된 감정이 있었을 뿐, 그 감정들 조차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 감정들은 내게 뭔가 소중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소중한 선물임을 받아들입니다.
위와 같은 확언들을 하면서 EFT를 하였습니다.
세션이 끝나고 저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모든 것을 지금 다 지워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부정적 감정을 지우려고 할 것도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내담자는 과거의 상처들과 과도했고 고착되엇던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졌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다음은 내담자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간단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세션 후로 맘은 차분해졌어요. 하지만 제 삶이 바뀌기 보다는 선생님 말씀대로 저의 감정의 대처 자세가 바뀔 것 같아요. 아픔, 고통, 슬픔도 모두 소중한 감정임을 알고 바로 보고....."
EFT를 통해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해서 미래에 문제들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삶은 바다와 같아서 때론 고요한 바다, 때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반복합니다. EFT는 삶을 고요한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과 지혜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약 2시간 정도의 세션을 통해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 깊은 평화와 통찰, 사랑을 경험하였고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신.
2시간 세션에 기록이 2시간 걸리는 군요. 이전에는 세션 후 열심히 기록을 했었는데 한동안 기록에 소홀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EFTer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저 자신의 성장을 위해 기억을 더듬어 기록해보았습니다. 이 게시판에서 '에니어그램'을 검색하시면 다른 유형들의 세션 사례들도 볼 수 있습니다.
EFT를 처음 사용하던 시기부터 에니어그램의 통찰을 많이 활용해왔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유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면 관련된 자아상, 부정적 감정, 삶의 패턴, 스트레스 상황,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 그리고 깊은 두려움과 욕망 등을 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내담자가 자신에 대해 더욱 깊은 통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각각의 사건을 해결하지 않아도 삶과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는 경험을 종종 하곤 하였습니다.
4유형의 내담자와의 세션 과정을 자세하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약간의 수정을 했으며, 내담자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상담 시 대화 내용은 녹취 후 그대로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에서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간략하게 재구성한 것입니다.
[1] 준비
1. 메일로 먼저 문제를 받음
해결하고 싶은 문제와 성장과정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
- 가정 경제가 어려워서 아버지는 미국으로 돈을 벌로 가심(초등 3년 때 한국에 들어오심)
- 아버지, 어머니의 폭력과 폭언, 언니의 폭력이 심했음
- 부모님의 이혼
- 초등 시절 집에 거의 혼자 있었음
- 불화 가정에 사는 자신들에 대한 친척들의 무시와 비아냥
- 어린 시절 삼촌에게 공부를 배우며 폭력을 당함(초등 1학년의 아이의 머리를 잡아 방바닥에 내려치는 것을 반복)
2. 내담자의 상황
EFT 레벨 2와 에니어그램을 공부하였고, 극심한 우울증 등으로 괴로워했으나 EFT를 배운 후 많이 밝아졌습니다. 문제는 상처가 되는 기억들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감정적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내적평화과정을 하는 것이 어려워서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2] 세션 실시
- 시간 19:10~21:30. 140분
1. 바라는 것
상 : 자신의 몸과 마음, 삶이 어떠하기를 바라나요?
내 :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감정이 평범하고 평온했으면 좋겠어요.
우선 원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만 아직은 추상적입니다. 좀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해 다음 질문을 했습니다.
2. 힘들게 하는 것
상 :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 : 집착해요. 의심하고 불안해 해요. 버림받을 것 같아서 두려워요.
가족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이 없고, 업무에는 자신감이 넘치지만 친구와 연인 관계에서는 버려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너무나 컸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버림받았던 경험들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상 : 친구나 연인에게 버림받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내 : 질려서요.
상 : 왜 질렸을까요?
내 : 그 사람만 바라보고 집착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
상 : 왜 그 사람만 바라보고 집착하나요?
내 : 살면서 가족에게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의 충족감 때문인 것 같아요.
3. 사건의 확인
1) 가정 경제가 어려워서 어머니는 일을 해야 했고, 어린 시절 소풍에 어머니께서는 잠깐 왔다가 가시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회피했으며 뒤늦게 울곤 했다고 합니다. 만남의 기쁨보다는 헤어짐의 두려움이 너무 컸고, 타인 앞에서 우는 것은 못나 보이기 때문에 수치스럽게 여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감정을 억압하면서 살았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전에도 몇 번 영화관 기법을 사용했었습니다만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매번 실패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관 기법으로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억압하고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고 내려놓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억압해왔기 때문에 강하게 저항했습니다.
2)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께서 형편도 어려운데 둘째 아이가 생긴 것을 한탄하며 엄마와 싸우다가 때렸다고 합니다. 태아인 자신의 감정은 불쾌하다고 하였습니다만 여전히 억압되어 있었습니다. 역시나 억압되어 있어서 그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3) 5학년 소풍, 운동회 때 김밥을 사서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도시락통에 넣어서 학교에 갔고, 운동회 때 혼자서 땅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문제를 확인하면서 어느 정도 문제에 깊이 도달해 있었고, EFT도 계속 했기 때문에 이 사건부터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4. 확언으로 풀기
내담자는 에니어그램 4유형으로 자신이 결함이 있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하는 것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거절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자신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자아상을 갖고 있고 깊고 어두운 특별한 감정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라는 느낌' 정체성이 매우 중요한데, 정체성의 기반이 다른 유형들 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변하는 감정이다 보니 정체성에 혼란을 갖고 있습니다.
자신은 독특한 존재라는 우월감이 있으면서, 독특하기 때문에 회피해 온 평범한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열등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 보다 더 독특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기, 질투, 갈망과 같은 감정 그리고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자신에 대한 수치심, 수치심을 감추기 위한 허영과 같은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독특함, 아름다움, 선함, 깊은 이해를 추구하다 보니 그런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소울 메이트를 만나기를 갈망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결함으로 인해 추구하지 못한다는 느낌에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어 구원해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내담자는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사람을 만나기를 갈구했었고 만났었다고 합니다.
남자 친구와의 연애에서도 자신은 구원자(어린 시절 잃어버린 아버지)를 구했고 남자 친구는 엄마와 같은 여자를 원했습니다.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니는 심한 2유형으로 아들을 극진히 돌보고 헌신해왔는데, 아들은 어머니와 같은 여자를 만나고자 했으나 아버지 같은 남자를 원하는 여자를 만나다 보니 갈등이 심하고 심지어 폭언과 폭력까지 휘두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은 버려지는 것이 두려워서 상대에게 집착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사람마저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면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존재야.'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위에서 확인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확언을 하면서 EFT를 계속 하였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 나는 독특하고 특별한 존재로 살아왔다.
- 나는 버려지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다. 그래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능력을 키우고 독특해지려고 했다.
- 나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조차 환영받지 못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았다.
- 나는 버림받았다. 나는 버림받는 것이 너무나 두렵고 괴롭다.
내담자는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의 부족함, 결함으로 인해 자신은 버림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고 벗어나기 위해 독특하게 살려고 했으나 부모님조차도 자신을 버렸다는 희생자의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불건강한 상태의 4유형에게는 희생자의 느낌이 매우 강한 작용을 합니다.
- 엄마는 김밥 한 줄도 싸주지 않았다. 많은 것을 바란 것도 아니다. 운동회 때 김밥 한 줄, 사진 찍어주시는 아버지. 평범한 가정을 원했을 뿐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는 언제나 혼자였고 운동회나 소풍은 나를 괴롭게 했었다.
- 9살의 어린 나는 이런 슬픔을 남들 앞에서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면서 살았다. 나는 그렇게 살아야했다.
넋두리 EFT에 에니어그램의 통찰을 활용하여 EFT를 하자 매우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나중에 이것이 너무나 신기했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자 내담자가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내 : 이제 땅바닥이 아니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있네요.
상 : 어떤 상황이죠?
내 : 운동회 때요.
상 : 마음은 어떤가요?
내 : 편안하게 느껴져요. 운동회를 즐길 수 잇을 것 같아요.
상 : 2학년 때 소풍갔을 때를 떠올려보세요.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내 : 소풍을 즐기고 있네요.
상 : 좋습니다. 뱃속에 있을 때를 떠올려 보세요.
내 : 아버지가 미안하다고 하며 엄마 배를 쓰다듬고 있어요.
문제를 느꼈던 모든 상황들을 확인해보았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거나 부정적인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5. 다시 쓰기
사건을 하나 하나 EFT로 해결하지 않았지만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과 욕구들을 알아차리고 풀었더니 그와 관련된 사건들 중 처음에 확인했던 것들을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해결되지 않은 또다른 사건들이 있겠지만, 우선 찾아낸 것들은 모두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세션을 마치면 과거의 이들은 해결되었어도 미래 언젠가 비슷한 일들을 다시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예 성격의 수준을 건강하고 균형적으로 높이기 위해 에니어그램과 EFT를 함께 적용하였습니다.
- 물은 흘러서 바다로 갑니다. 물이 흘러가고 나면 그 자리에 새로운 물이 또 흐릅니다. 우리의 감정도 흘러가야 새로운 감정이 생겨나는데 지금까지 과거의 감정을 붙잡고 살아왔습니다. 흐르지 않은 감정은 썩어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그걸 견딜 수 없어서 패버리지(페브리지)와 향수 같은 것으로 감추고 속이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내려놓습니다.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과거의 상처들, 고여 썩었던 상처의 감정들이 흘러가도록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 나는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절했습니다. 뭔가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결함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인정과 사랑을 강렬하게 구하려고 했습니다. 내가 나를 거절했기에 다른 사람마저 나를 거절할까봐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집착했고, 버려질까 두려워하며 살았습니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문제가 있다면 있는대로 나를 받아들이려 합니다. 내가 먼저 나를 사랑하려 합니다.
- 나는 지금까지 펌프로 사랑을 퍼내며 살았습니다. 곧바로 고갈되곤 했었습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처럼 퐁퐁 솟아나오는 사랑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새벽에 토끼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는 옹달샘처럼 내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세상을 더욱 행복하게 하는 일입니다. 물고기가 물을 구하려하지 않고 물 속에서 살아가듯이, 사랑을 구하려 하지 않고 깊은 사랑에서 살아갑니다.
- 나를 힘들게 했던 그 감정들을 받아들입니다. 이 또한 나에게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내가 피하려 했기 때문에, 두려워했기 때문에 내 삶에 더욱 강렬한 영향을 미친 것이었습니다. 내게 일어나는 이 모든 것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부정적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과도하거나 고착된 감정이 있었을 뿐, 그 감정들 조차도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 감정들은 내게 뭔가 소중한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찾아온 소중한 선물임을 받아들입니다.
위와 같은 확언들을 하면서 EFT를 하였습니다.
세션이 끝나고 저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모든 것을 지금 다 지워야 한다는 조급함을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부정적 감정을 지우려고 할 것도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내담자는 과거의 상처들과 과도했고 고착되엇던 감정들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마음이 평화로워졌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들을 보다 잘 받아들일 수 있겠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다음은 내담자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간단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세션 후로 맘은 차분해졌어요. 하지만 제 삶이 바뀌기 보다는 선생님 말씀대로 저의 감정의 대처 자세가 바뀔 것 같아요. 아픔, 고통, 슬픔도 모두 소중한 감정임을 알고 바로 보고....."
EFT를 통해 과거의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해서 미래에 문제들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삶은 바다와 같아서 때론 고요한 바다, 때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반복합니다. EFT는 삶을 고요한 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평화로운 마음과 지혜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약 2시간 정도의 세션을 통해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 깊은 평화와 통찰, 사랑을 경험하였고 이전과는 다른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신.
2시간 세션에 기록이 2시간 걸리는 군요. 이전에는 세션 후 열심히 기록을 했었는데 한동안 기록에 소홀했습니다. 이 글을 읽는 EFTer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저 자신의 성장을 위해 기억을 더듬어 기록해보았습니다. 이 게시판에서 '에니어그램'을 검색하시면 다른 유형들의 세션 사례들도 볼 수 있습니다.
꼼꼼하고 상세한 세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